나는 당연히 로물루스나 테세우스보다 누마, 솔론 리쿠르고스처럼 평화적인 통치자들을 선호했다. 보호자들의 공경하는 삶은 이런 인상을 더욱 확고히 심어주었다. 영광과 학살을 숭배하는 젊은 군인을 통해 인간을 처음 알게 되었더라면, 아마 나는 다른 감정들을 갖게 되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실낙원』은 전혀 다르고 훨씬 심오한 감정을 일깨워주었다.
나는 우연히 습득한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그 책을 실제 역사로 읽었다. 전능한 신이 피조물들과 싸우는 장면은 가능한 모든 경이와 외경심을 일깨우는 힘이 있었다. 나와 비슷한 점이 두드러졌기 때문에, 몇가지 정황들을 나 자신의 처지와 비교하곤 했다. 아담과 마찬가지로 나역시 기존의 어떤 존재와도 무관하게 창조되었다. 그러나 그의 상황은모든 면에서 나와 달랐다. 신의 손에서 나온 아담은 완벽한 피조물이었다. 조물주의 특별한 보살핌을 받는, 행복하고 번영을 누리는 존재였다. 더욱 탁월한 본성을 지닌 존재들과 대화를 나누고 지식을 전수받는특권을 누렸다. 그러나 나는 비참하고 무기력하고 외로웠다. 나는 사탄이 내 처지에 더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사탄과 마찬가지로, 내 보호자들의 행복을 바라볼 때면 쓰디쓴 질투의 덩어리가 내 안에서 치밀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