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고모., 왜 나를 마워했어?" 나는 용기를 내어 고모에게 물었다. 고모가 대문 앞에 서더니 뒤돌아 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미워하지 않았어. 그런데 좋아하지도 않았지." 이혼을 하기 전 고모는 너무 많은 사람들을 미워했다. 미워하다 미워하다 고모는 결국에는 자신을 미워하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넌 똑똑하고 빈틈이 없었잖아. 그래서 유독 너한테 마음을 숨기는 게 어려웠어. 미안해." 고모가 사과를 했다. 내가 태어났을 때 나보고 모두 고모를 똑 닮았다고 했다. "고모, 월차 낸 김에 여기서 며칠 지낼까? 매일 술이나 훔쳐먹으면서." 내 말에 고모가 좋지, 하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