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고모는 잠을 자는 할머니 얼굴에 낙서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코밑에 커다란 점을 그리는 상상을 했고 그러자 화가 난 기분이 조금 풀렸다. 그래서 잠에서 깬 할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 "미자씨, 나 배고파." 할머니는 고모를 미친년이라고 불렀다. 그렇게 욕을 하면서도 점심을 차려주었다. 강된장이었다. 고모는 밥을 두 그릇 먹었다. 둘째 날은 잔치국수. 셋째 날은 청국장. 그렇게 일주일 동안 점심을 차려준 뒤 할머니가 말했다. 내 이름은 말자라고. 하지만 미자가 훨씬 좋으니 앞으로도 미자라고 불러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