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당을 한 바퀴 돌면서 뭐라고 계속 구시렁거렸다. 그러면서 수돗가에 아무렇게나 널려 있는 호스를 정리하고, 빗자루로 담벼락 모퉁이에 난 거미줄도 걷어냈다. 나는 아빠를 보면서 동생이 태어나길 기도하며 달리기를 하던 열 살짜리 남자아이를 생각해보았다...(중략)...고모가 태어나던 날은 가을 운동회가 있었다. 아빠는 그날 뭐든 열심히 했다. 줄다리기를 하다 손바닥이 까졌는데도 응원할 때 열정적으로 박수를 쳤다. 그때마다 건강한 동생이 태어나게 해주세요, 하고 기도를 하며. 달리기라면 늘 꼴찌였던 아빠는 그날 삼등을 해서 노트 한 권을 받았다. 윗니로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달려서 입술에 피가 났다. 운동회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보니 동생이 태어나 있었다. 그날 저녁 아빠는 상품으로 받은 노트에 일기를 썼다. 아직 이름이 없는 동생을 위해 삼등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