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일어나보니 눈사람 위로 눈이 더 쌓여 있었다. 삼촌이 꽃삽으로 눈사람의 배 분을 파고 있었다. 뭐하는 거야? 내가 물었다. 니 아지트. 삼촌이 말했다. 나는 눈사람의 배가 동그랗게 파이는 걸 구경했다. 무너지지 않도록 삼촌은 눈사람의 머리를 지지대로 받쳐두었다. 들어가봐. 나는 삼촌이 시키는 대로 눈사람의 뱃속으로 들어갔다. 공간이 좁아 무릎을 모으로 몸을 동그랗게 말아야 했다. 따뜻해? 삼촌이 물었다. 따뜻하지 않았는데 삼촌이 그렇게 물으니 따뜻한 것 같았다. 눈사람은 며칠 동안이나 녹지 않고 계속 그 자리에 있었다. 나는 방석을 비닐로 싸서 눈사람 안에 들어갔다. 그걸 깔고 앉으면 몇 시간도 있을 수 있었다. 그 안에서 나는 엄마가 바쁠 때면 내게 간장계란밥을 만들어주던 민선이 누나를 생각했다. 그 안에서는 울어도 창피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