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가 가득한 눈빛이었다면 나도 지지 않으려고 화를 냈을 텐데 그게 아니었어. 연민이 가득한 눈빛이었어. 오빠는 그날 이후로 제대할 때까지 이병의 눈을 똑바로 보지 못했다. 대신 오빠는 아침저녁으로 이를 닦으면서 자신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러면서 속으로 자신에게 욕을 했다. "엄마가 그렇게 되고...... 자꾸 그때 그 일이 생각나. 그 친구한테 원산폭격을 시켜놓고 그 옆에서 웃으면서 빵을 먹던 내가." 오빠는 울었다. 하지만 나도 언니도 오빠를 달래주지 않았다. 오빠, 그런 이야기라면 나는 수십개도 더 말할 수 있어. 나는 속으로 말했다 내 안에는 언니가 말한 구멍보다 더 큰 구멍이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