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는 마지막으로 네번재 통을 열어보았다. 그랬더니 손을 대지 않은 김장김치가 한 통 들어 있었다. 비닐을 벗기고 또 배추 겉잎까지 걷어내니 멀정한 배추김치가 보였다. "두부에 그 배추김치를 싸서 먹는데 젠장, 너무 맛있는 거야." 그날 오빠는 막걸리를 세 통이나 마셨다. 그래서 또 하룻밤. "그럼 그후로는?" 언니가 묻자 오빠는 배추김치가 아까워 다음날도 또 다음날도 떠날 수가 없었다고 했다. 아침에는 라면이랑 먹고, 점심에는 도시락을 싸서 뒷산 정상에서 먹고, 저녁에는 막걸리에 두부랑 곁들여 먹고. "그렇게 먹는데도 김치가 줄지 않아. 그래서 못 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