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창을 열어 몸을 반쯤 밖으로 내밀고 눈을 맞았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나도 모르게 신발을 창밖으로 던졌다. 아침에 누군가 그 신발을 본다면 지나온 발자국도 지나간 발자국도 없는데 신발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걸 궁금해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 신발 주인은 어디로 사라진 건가? 그러면서 하늘을 한 번 쳐다보겠지. 그런 상상을 하면서 나는 눈을 맞아싿. 나는 어릴 적 눈이 내리면 일찍 학교에 갔다. 초등학교가 가까워서 방학 때도 눈이 내리면 학교 운동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운동장을 뒤로 걸었다. 내가 지나온 발자국을 보면서 걷는 것. 그 발자국을 보면서 나는 유령이 된 또다른 내가 나를 따라온다는 상상을 하곤 했다. 그날 나는 밖으로 나가 맨발로 동네를 돌아다녔다. 가로등을 서른 개까지 셀 동안 걷다가 되돌아왔다. 그리고 집 앞에서 눈에 파묻힌 신발을 찾아 신엇다. 집에 돌아와 뜨거운 물에 발을 담갔다. 발바닥이 간지러워서 나는 오랫동안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