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형의 생일이었다. 형은 생일 선물로 그 소파에 앉아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고 싶다고 했다. 나와 형은 소파에 앉았다. 아저씨가 차에 시동을 걸면서 소리쳤다. "출발한다!" 아저씨는 그날 동네를 돌고 또 돌았다. 풍경들이 다가오는 게 아니라 뒤로 물러났다. 우리를 본 사람들이 손을 흔들어주었다. 우리도 손을 흔들었다. 바람이 불면 벚꽃 잎이 사방으로 흩날렸다. 내 머리 위로도, 형의 머리 위로도 벚꽃 잎이 떨어졌다. 자전거를 탄 아이가 골목길에서 불쑥 튀어나와 아저씨가 급정거를 했다. 그 바람에 나는 혓바닥을 씹었다. 어떤 아이가 우리가 탄 트럭을 따라오면서 비눗방울을 불었다. "정말 좋았어요. 그 순간이요." 나는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 자요?" 한참 후에 나는 아빠를 불러보았다. "아니." 아빠가 대답했다. 나는 첫눈이 내리면 그때도 이렇게 같이 침낭에서 잠을 자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