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티를 개다 말고 나는 외로운 사람을 상상해보았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혼자 옥탑방에서 살아가는 늙은 남자에 대해. 남자는 낡은 팬티를 입고 출근을 하다 교통사고가 날 것이다. 응급실에 실려갈 것이고, 간호사들이 목이 늘어난 러닝셔츠와 구멍난 팬티를 가위로 자를 것이다. 유령이 된 남자는 응급실 쓰레기통에 버려진 자신의 속읏을 바라보며 울겠지. 그런 상상을 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나는 일주일 내내 옥탑방에서 혼자 사는 중년 남자를 상상해보았다. 생일에도 만날 사람이 없는 남자. 퇴근길에 편의점 파라솔에 앉아 맥주를 마시는 남자. 눈이 내리면 맨발로 첫눈을 밟아보는 남자. 그런 남자를 상상해보았지만 감기는 찾아오지 않았다. 불면증만 더 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