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민이가 태어나기도 전의 일이었다. 어머니의 화장대 서랍에는 액자 두 개가 들어 있었는데, 성민이는 오랫동안 사진 속 사람이 자기인 줄 알았다. 액자에 들어 있는 사진은 백일 사진과 돌 사진이었다. 성민이는 초등학교 4학년이 되어서야 죽은 형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진 속 주인공이 형이라는 것을 알게 된 날 성민이는 몸살을 앓았다. "내 사진은 없었거든. 돌 사진도, 백일 사진도." 그날 성민이는 아기인 형의 얼굴을 오랫동안 들여다보았다. 그러면서 결심했다. "그사진 속 아이가 나라고 믿기로 했어. 그랬더니 쓸쓸한 마음이 들더라고. 그 마음이 감기를 부른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