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좀 불었어. 그 바람에 꽃잎이 떨어지는데 어찌나 아깝던지. 한참을 걷는데 스티로품 상자 하나가 바람에 날아가더라. 꽃잎은 내 머리로 떨어지고 달빛은 환한데, 이상하게 스티로품 상자가, 그 버려진 상자가, 꼭 나 같더라고. 그래서 바람에 날아가는 상자를 쫒아갔지. 쫒아가서 막 발로 밟았어." 스티로폼 상자가 부서지면서 하얀색 알갱이들이 날렸을 것이다. 눈처럼. 나는 그 눈을 맞고 있었을 엄마를 상상해보았다. 벚꽃 잎들과 부서진 스티로품의 잔해들이 깔려 있는 길가에 조그리고 앉아서 울었을 엄마를. 그날 엄마는 결심을 했다. 어떤 일이 있어서도 저런 스티로폼 상자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누가 밟아도 절대 부서지지 않을 것이라고. 그래서 아빠에게 말했다. 약속한 짜장면을 내 딸에게 사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