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과 헤어지고 병원을 나섰더니 비가 오고 있었다. 우산이 없었지만 민정은 그냥 걸었다. 비가 금방 어깨를 적셨다. 민정은 주차장 쪽에서 휠체어를 탄 사람이 자기 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휠체어를 탄 아빠의 무릎에 아이가 앉아 있었다. 아이가 두 손으로 우산을 들고 아빠는 두 손으로 휠체어 바퀴를 굴리고 있었다. 다행이다. 부자가 민정 옆을 지나갈 때 민정은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만약 정민이 민정의 고백을 받아주었다면 민정은 정민에게 왜 떡볶이를 먹자고 했는지 말해줄 했다. 운명 같지 않아요? 정민이 그 말을 해서 그랬다. 그 말을 못 들은 척하려고. 정민은 민정의 죽은 오빠 이름이었다. 그날 민정은 죽은 아들의 이름을 뒤집어 딸의 이름을 지어준 부모님을 얼마나 원망하는지 고백할 뻔 했다. 그 이야기를 하지 않게 되어서 다행이다. 민정은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