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감이 교차하는 기분이었다. 내가 유스틴이라면 어땠을까. 세상이 원망스럽고, 억울하고, 왜 이런 일이 내게 생기는지... 모든 게 그저 원망스러울 것만 같다. 하느님만이 아시는 그녀의 무죄. 유스틴이 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종용하고 위협하고 윽박하는 이들로 인해 어느새 내가 괴물이 아닐까 의심하게 되었을 때를 상상하자 그 고독과 괴로움이 처절하기까지 했다. 모든 걸 체념하듯 내뱉는 그녀에게 지옥은 지금 이 순간이 아닐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고, 치욕과 죽음을 당해 마땅한 인간쓰레기라 불리울 때의 절망감. 읽는 내내 내가 대신 그녀의 무죄를 외쳐주고 싶을만큼 가슴이 아팠다. 비단 소설 속의 이야기뿐만이 아닐 것이다.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현실의 단면을 본 것처럼 가슴이 뜨겁게 타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