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한 모금만 주면 안되요?" 옆에 앉은 청년이 딸에게 말을 걸었다. 청년은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발뒤꿈치가 까맸다. 돈이 없어 보여 한 캔 사주겠다고 말하자 청년이 고개를 저었다. "못 사요. 미성년자거든요." 딸은 자리에서 일어나 캔맥주 하나와 캔커피 하나를 샀다. 그리고 커피를 빈 사발면 용기에 버리고 빈 캔에 맥주를 부었다. 그걸 청년에게 주었다. 둘은 말없이 맥주를 마셨다. 눈이 왔으면 좋겠다고 청년이 중얼거리자 거짓말처럼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둘은 가만히 눈을 구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