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위해 로켓과 우주선이 그려진 벽지를 고르던 남자. 남자가 그런 벽지를 고르길래 나는 사내아이가 있는 집인 줄 알았다. 하지만 휠체어를 탄 아내를 보는 순간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건 걷지 못하는 아내를 위한 선물이었다. 지구에서는 걷지 못하지만 우주에서는 그까짓 것 아무 상관이 없다고 남자는 아내에게 말했다. 남편분이 참 다정하시네요. 도배를 마치고 나는 여자에게 말했다. 너무 다정해서 병이에요, 하고 여자가 대답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다정도 병인 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하고 시조를 중얼거려보았다. 자꾸 그 말을 중얼거려보니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