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사이에 반달이 걸쳐 있었다. 나는 보름달보다 반달이 좋았다. 딸도 반달을 좋아했다. 한 달에 두 번이나 볼 수 있어서 좋다고 딸은 말했다. 달을 보니 달맞이꽃이 생각났다. 시아버지의 병문안을 갔다가 막차가 끊겨서 딸을 업고 집으로 돌아오던 날, 달맞이꽃이 참 환했다. 곧 시아버지가 돌아가실 거라는 사실도 잊을 정도로. 소꿉놀이를 좋아하던 딸은 달맞이꽃을 따다가 꽃밥을 짓곤 했다. 딸과 함께 달맞이꽃을 튀긴 적도 있었다. 여름 방학 숙제였다. 엄마랑 요리하기. 아카시아꽃도 튀겼다. 중학생 때 딸은 아픈 엄마에게 꽃을 튀겨 생일상을 차려주는 아이의 이야기를 써서 글짓기 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