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평소에는 아홉시면 잠을 자는데, 그날은 늦게까지 프로야구를 보았다. 9회 말에 동점이 되어 경기는 연장으로 넘어갔다. 남편에게 어느 팀을 응원하느냐고 물었다. 남편은 아무 팀도 응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10회 초 만루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바보들. 남편이 말했다. 갑자기 속이 답답했다. 삼겹살을 먹은 게 체한 듯했다. 11회 말에 끝내기 안타가 나와 경기가 끝났다. 열시 오십분이었다. 남편은 잠을 자러 안방으로 들어갔고, 나는 혼자 소파에 앉아서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보았다. 그러다 재미가 없어져 텔레비전을 끄고 화면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