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는 블록을 가지고 놀았다. 뭘 만드냐고 물었더니 비밀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보고 뭘 가지고 싶냐고 물었다. 블록으로 만들어주겠다고. 나는 텔레비전 리모컨을 가리키며 말했다. "리모컨. 그런데 평범한 리모컨이 아니라 버튼을 누르면 시간이 뒤로 가는 리모컨이야." 삼십 분 후에 손자가 리모컨이라며 블록으로 만든 장난감을 내게 주었다. 휴대폰 크기만했다. "할머니, 여기 노란 버튼 누르면 어제로 돌아가. 파란 버튼은 일 년 전으로 가고, 하얀 버튼은 오 년 전으로 가고, 빨간 버튼은 구 년 전으로 가." 삼십 년 전으로 돌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자 자기 실력으로는 그걸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내가 아홉 살이잖아. 그니까 구 년 전으로 돌아가는 버튼이 최대야." 손자의 말이 그럴듯해서 남편과 나는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