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에서
괜찮은 사람이 되려면 한번 죽지 않으면 안돼요(p215)
그의 얼굴에 드리워진 나의 그림자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의 얼굴에 본 적 없는 감정을 보이게 하였다.(p 224)
최명환은 천천히 자기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개는연기를잘한다
수미와 언니는 골목을 걸었다.언니는 아프고 수미를 보러 일본에 왔다 했다. 언니가 서울 병원으로 돌아가고, 남은 호텔에서의 일박 정승이 찾아왔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천천히 이야기 해줄게.
정승과 최명환의 이야기를 궁금하게도 그렇게 끝이난다.
걷다보면 이미 가보았을 길일 수도 있고 걸어도 걸어도 처음 가본 길일지도 모르다. 그런 산책을 여러번 그려 볼 것이라는 작가의 말. 부산비엔날레의 의뢰를 받고 부산 미문화원 방화 사건에 대해 소설을 쓰고 싶었다 한다. 텐트 연극 <야전의 달>이라는 연극이다. 극의 작가 사이토 마리코는 1982년 여름 한국에서 여행하다 보수동 부산 애린유스호스텔에서 묵으며 산책했던 기억이 가장 좋았던 기억이라 한다. 82년은 미문화원 방화사건의 해이기도 하지만 교과서 문제가 큰 화제가 된 해이기도 했다 한다.
여행을 마치고 나는 이제 당분간 한국에 가면 안 되겠구나 생각을 했다. 누구나 냉전 구조 속에 갇혀 있으며 나는 그 누구도 도와줄 힘이 없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때 나는 어떤 미래를 연습하고 있었던가.
지금이라는 시간이 미래에도 과거에도 통한다는 것이 왜 이렇게 멋지고 동시에 슬픈걸까.그러나 "원하는 미래를 그리고 손으로 만져보기 위해 어떤 시간을 반복해야 할까" 하고 작가는 묻는다.(p 245(사이토 마리코 추천사)
현재란 단순히 지금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 사이에 누군가가 줄기차게 계속하고 있는 연습의 시간인지도 모른다.(p245)
작가는 단언하지 않고 사실과 현실, 진리 사이를 왕래한다. 산책하러 나온 홀가분한 모습으로.
한 시대를 절실히 살았던 사람들의 기억은 어느 시대의 어디에서든 누군가의 연습에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사이토 마리코의 추천사는 이 책을 어떤 식으로 읽어내야 할 지 어렴풋이 깨닫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