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람 아버지가 되어주어라. 아버지는 왜 나한테 그런 말을 하셨을까. 당부였을까 충고였을까 걱정이었을까. 사랑을 주라는 말이었을까, 사랑을 받으라는 말이었을까. 그래서 일단 사랑을 주기로 했어. 내 아버지는 사랑을 주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런데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는 사람은 사랑을 할 줄도, 받을 줄도 모르더라. 내가 주는 것이 사랑인 줄도 몰랐지. 그래서 사랑을 받는 법부터 알려줘야 했어. 끊임없이 사랑을 주면서. 그래야 또 내가 사랑을 받을테니까. (...) 네가 그걸 희생으로만 생각한다면, 네 말대로 그 모든 게 그저 희생과 인내였다면, 내 인생이 그런 거였다면, 난 정말 슬플 거 같어.
어머니는 그렇게 아버지가 되었다. 어머니의 방식으로 아버지를 키웠다. 내 어머니가 키운 것은 한 남자가 아니라 한 세상이었을 것이다. 모자라고 불안정하고 허점투성이인 어떤 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