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다 잠이 들고 눈을 뜨면 영화의 이어지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기 전 보던 것들은 꿈처럼 허물어지고 녹아가는 것 같다. 그런 아침에는 사과를 먹고 영화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미 준비를 마친 최선생은 커피를 마시고 있었고 나는 그제야 나갈 준비를 하였다. 극장은 아니지만 극장을 나설 때처럼 방금 들은 이야기를 가지고 밖으로 나서면 이곳이 어디인지 자꾸만 생각하게 되었다. 소금이 물에 녹는 것처럼 이야기는 곧 흩어졌지만 바람이 불거나 막다른 골목에서 누군가의 얼굴에서 어제 본 영화는 겹쳐졌다. 어제의 짧게 내린 눈은 이미 그쳤지만 겨울이 되어도 이곳은 눈이 드물지만 어제 여자는 눈길을 뛰고 눈을 베어 물었다. 당신은 그 여자가 아니지만 여기는 부산이지만 나는 당신과 눈이 마주치고 나는 잠이 들기 전 본 세계와 눈을 뜨고 들은 이야기만을 가지고 길을 걸었다. 그러고 보니 최명환의 집에서 만난 사람들을 부산에서 두 번째로 알게 된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서로를 알아보고 서로의 얼굴과 이름을 기억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나는 이미 눈이 내리지 않는 거리를 눈 속을 걷는 것처럼 웃으며 눈길을 뛰는 것처럼 웃으며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