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치는 내가 지금까지도 이해할 수 없는 모종의 이유로 자신의 기계가 헌실세계에서 물리적 형태를 가져야 한다고 단호히 주장하면서도, 그런 오토마톤이 반드시 금속 합금과 플라스틱 뼈대로 만들어질 필요는 없으며, 바리첼리가 매니악의 메모리 안에서 배양한 생명체들에게 주고자 했던 것과 매우 흡사한 세계 안에서도 존재하고 발전할 수 있다고 보았다. 연치는 이렇게 적었다. "나의 오토마톤이 끝없이 팽창하는 디지털 코스모스의 무한 행렬 속에서 자유롭게 진화할 수 있다면, 상상을 뛰어넘는 형태를 갖춰 인간보다 빠른 속도로 생물 진화의 단계를 지날 수도 있다. 이종교배와 수분뜻을 통해 결국에는 인간의 머릿수를 초월할 것이고, 언젠가는 우리 지능에 필적할 존재들이 될지 모른다. 그들의 진보는 처음에는 느리고 고요할 것이다. 하지만 굶주린 메뚜기떼처럼 우리 삶 속에 알을 까고 터져나와 세상에서 자신들의 자리를 차지하러 싸우고, 스스로 미래를 개척해갈 것이며, 그러는 동안 자신들의 디지털 영혼 깊숙한 구석에 희미하게 속삭이는 나의 영혼을, 자신들의 논리적 토대를 세운 나의 작은 일부를 품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