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 순간, 그는 시인들로 가득한 방에 앉아 이런저런 미학에 대해, 행의 구분에 대해, 시어의 행간 걸침 등에 대해 듣고 있는 것보다 더 기죽는 일은 생각할 수도 없다. 자신이 그곳에 속하지 않음을, 사기꾼에 지나지 않음을, 그런 기회를 얻을 자격이 없는 사람임을, 그보다는 오히려 하얏트 호텔 저 안쪽의 호화로운 스위트룸에서 새벽 세 시에 생판 모르는 사람들에게 몸을 파는 부류의 인간임을 알기에 더더욱.
그 일은 머리 위를 뒤덮은 거대한 검은 그림자 같았다. 하지만 지금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 가장 신경이 쓰이는 것은 자신이 그런 일을 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돈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그냥 돈을 놓고 집에 가버렸으면 나중에라도 스스로를 정당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 한번의 취중 실수라고, 불운한 판단 착오였다고, 하룻밤 상대를 끔찍하게 잘못 고른 거라고 넘겨버릴 수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