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떨리고 이상하게 오한이 드는 가운데, 그는 어디선가 표를 잃어버렸을까봐, 아니 어쩌면 그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주머니를 뒤적였다. 그러나 표는 주머니에 그대로 있었다. 모든 것이 정확히 있어야 할 자리에서 기차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지금, 지금, 바로 지금 당장이라도. 기차 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멀리서 어럼풋한 진동조차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는 기차가 오리란 것을 알았다. 멈출 길은 없었다. 기차는 정말로 도착했고, 그의 눈앞에서 플랫폼으로 천천히 굴러들어왔다. 연기가 뭉게붕게 퍼져 그의 주위를 감싸고 경적이 젖어지게 울리는 그때까지도, 돌아갈 시간은 있었다. 개. 나못가지. 일어나 걸어. 고양이, 죽음의 천사, 걸어나가는 거야. 아직 시간은 남아 있었으나 그는 인식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힘에 이플려 기계처럼 일어났고, 자동 인형처럼 뻣뺏한 다리로 다섯 결음을 옮겨 기차에 올라탄 다음 다른 승객들과 함께 제자리에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