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으론 마침내 폭풍우가 치고 있다. 동쪽에서부터 몰려온 육중한 구름이 도시 위를 뒤덮으며 다른 구름들과 합쳐져 거대한 덩어리를 이루고 있다. 그는 길가에 차를 세운다. 이제 더욱 거세진 비가 차를 두드리고, 멀리 지평선을 따라 번개가 번쩍 내리친다. 왼쪽 창밖을 내다보는 그의 눈에 갈색 벽토로 마감한 낡고 어수선한 집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이 들어오자, 그는 일종의 패닉 혹은 두려움과도 같은 어떤 느낌과 함께 깨닫는다. 그곳이 전혀 모르는 곳임을, 어딘가에서 차를 잘못 돌렸음을, 어린 시절부터 평생 살아온 이 도시에서 길을 잃어버렸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