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고지를 받지 않는 한은 그저 남의 일일뿐이죠. '죄짓는 존재로 창조해놓고 왜 단죄하세요? 당신 잘못이잖아요. 왜 이렇게 밖에 낳아주지 못했냐며 부모를 원망하는 어린애들처럼... 흡족한 자녀가 되려는 시도를 하는 게 귀찮아서. 변명.. 또 변명...'(p168~169)
경훈의 아내를 처단한 자는 누구인가?
생중계의 열기가 타오른다. 지상파 방송으로 생중계가 이어진다.
시연은 죄인이 지옥에서 겪을 영원한 고통을 다중 앞에서 보이는 신의 개입입니다. 이것은 우리 인류에게 죄의 무게를 가르치고자 하는 신의 의도입니다. 이것을 지켜보는 모든 분들은 교만과 아집을 내려놓고 참회하는 마음으로 신의 개입을 맞이하여주십시오.( p198~9)
과연 놀라운 일이 눈앞에서 벌어졌다!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 시연에 압도된 사람들 이건은 실재인가?
신이 무작위적으로 인간을 벌할 리가 없잖아요. 그런데... 그게 진실이더라고요. 처음 수집한 사례들에는 끔찍한 죄인들도 있었어요. 흉악범까지는 아니더라도 악인이 분명한 사람들도 있었고요. 그렇게 사례가 쌓일수록 평범한 사람들... 때로는 지극히 선한 사람들까지 고지를 받았더군요. 아무리 추적을 해도 어떤 규칙성도 의도도 찾을 수가 없었어요. 어떤 초월적인 존재가... 신이 우리에게 장난을 치고 있다는 말이에요.
그 거대한 무의미를 인간이 어떻게 견딜 수 있겠냐고요! (p286~287)
"세상에 오직 혼자만 아는 공포라니 끔찍하지 않아요? 단 한순간도 무심하게 있을 수가 없어요. 그들은 공포를 알아야 해! 죄에 대한 공포! 죄를 지을지 모른다는 공포! 공포가 인류를 구원할 거야!(p290~293)"
정진수는 민경훈의 자율성에 맡긴다는 마지막 말을 남긴 채 시연을 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