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파에서 1월 16일부터 《중국행 슬로보트》를 읽는다는 게시물을 보고 바로 샀다. 금방 다 읽어 버렸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첫 단편집에는 젊은 작가의 신선한 스타일이 느껴진다. 《가난한 아주머니 이야기》나 《캥거루 통신》은 초기작답게 이야기 자체가 '뻔뻔'하다고 해야할까? "이런 이야기는 너무 뻔뻔한 거 아닌가?"하는 느낌이다. 반면, 《오후의 마지막 잔디》나 《땅 속 그녀의 작은 개》는 작품이 머금고 있는 분위기가 정말 좋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인생이란 건 정말 슈퍼 드라이해진다. 건조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건조한 문체, 건조한 이야기 안에서 감정의 힘이 "푱"하고 터져 나오는 순간이 있다. 그렇게 되면, 많은 순간을 되돌아보고 후회도 하게 된다. 그러니깐, 겉으로는 건조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가지만, 그리고 속으로도 스스로를 그렇게 의식적으로 붙들어매지만 의외의 이야기가 우리를 아무 것도 아닌, 불완전한 존재로 모든 껍질을 훌라덩 벗겨버릴 때가 있다.건조한 이야기가 오히려 독자가 가진 감정의 수도꼭지를 돌리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