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니를 보잘것없는 사람이라고 여겼어. 멍청해서 이용당
한다고 생각했고 쓰레기 같은 남자에게 휘둘리는 접쟁이라고 생
각했어. 불행에 주저앉은 채 탈출할 생각도 하지 않을 정도로 수
동적인, 그래서 니를 부끄럽게 하는 인간이라고 판단했어. 그런
식으로 살아서 나에게 굴욕감을 준다고 믿었지. 언니가 과연 내
마음을 몰랐을까. 그때의 나는 내가 꽤나 마음을 잘 술긴다고 생
각했었어. 마음의 밑바닥까지 휠히 보이는 언니와는 다르다고 자
부했지. 하지만 실상은 그 반대였는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