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은 씨움이 벌어지는 내내 자기 발을 보고 있었다. 아버지를
마주볼 수가 없었다. 아버지의 입이 그 무분별한 말을 만들어내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 꼴을 보면, 이제는 아버지가 말을 하더
라도 사실은 다른 누군가가 아버지를 통해 말하고 있을 뿐이라는
의심이 확인될 테니까. 발만 보고 있으면, 그 목소리는 그냥 폭언을
쏟아붓는 목소리일 뿐이었다 아버지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주인
없는 고함. 위협적인 말투보다 더 부시부시했던 건 아버지의 장광
설에 아무 일관성이 없다는 점이었다. 헬렌이 보기에 의미에 가하
는 폭력만큼 심한 폭력은 없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