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자료를 지구로 전송하는 임무까지 모두 마친 뒤 1호도 2호처럼 태양계 바깥쪽으로 갈수록 점점 더 춥고 어두워지는 우주를 향해 더는 기약도 없는 고독한 여행길에 올랐다.
보이저 1호의 마지막 관측대상이 타이탄이었던 것은 아니다. 목표했던 모든 천체를 다 방문한 뒤 정처 없는 길을 떠나면서, 보이저는 고개를 돌려 지구를 바라보았다. 그건 위험한 일이었다. 태양으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보이저거 보기에는 지구 바로 근처에 태양이 있었다. 지구 사진을 찍으로다 자칫 잘못해서 카메라의 시야에 태양이 들어온다면 카메라를 못 쓰게 될 수도 있다. 게다가 지구와 교신하는 안태나는 탐사선의 뒤쪽에 붙어 있어서, 뒤를 돌아보는 동안은 안테나가 지구 정반대쪽을 향하므로 신호를 주고받을 수가 없다. 지구 사진을 찍은 뒤 다시 원래의 자세로 돌아오지 못한다면 보이저를 영영 잃게 되는 것이다. 캐럴린 포코와 칼 세이건이 이 기막힌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했을 때, 미항공우주국의 결정권자들과 보이저 담당 엔지니어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모두를 설득하기/가지 7~8년이 흘렀고, 그러는 동안 보이저와 지구 사이의 거리는 점점 멀어졌다. 마침내 보이저의 모든 과학 탐사가 끝난 후에야 고향을 잠시 돌아보는 위험한 응시가 허락되었다. 너무 멀어지기 직전에 건진 사진 속 단 하나의 픽셜에, 지구라는 '창백한 푸른 점'이 ?찍혔다.(pp.152~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