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우주를 좋아한다. 문과를 선택해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배운 지구과학 상식이 내가 아는 전부이지만, 반짝이는 별과 성운, 태양계를 떠올리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음악 스트리밍 어플에 우주 관련 노래를 모아둔 'UNIVERSE' 플레이리스트가 있고, 김초엽과 정세랑 작가의 우주를 배경으로 쓴 SF 소설도 좋아한다. 제대로 관측을 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중학생 때 간 수련회에서 본 북두칠성과 고등학생 때 야자 끝나고 집 가는 길에 본 오리온 자리는 아직까지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내게 천문학은 망원경으로 별을 보는 낭만적인 학문의 이미지였다. 그래서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를 구매 할 때만 해도 이런 이야기가 잔뜩 들어 있겠지라 막연히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내용이 전혀 아니었다. 천문학자는 커다란 망원경으로 매일 밤 별을 보지 않았다. 매일 밤 그래프를 그리며 코딩을 했다. 책의 저자인 심채경 박사님은 천문학자의 현실적인 삶을 이야기한다. 대학에서 학생으로서 강사로서, 연구소의 연구원이자 엄마로서, 여성 과학자로서의 삶을.
경험하지 못한 타인의 이야기를 읽는 건 정말이지 행운이다. 게다가 이 책은 재밌기까지 하다! '초록별 지구'라는 단어를 보고 지구는 별이 아니라 행성이라 지적했다가 '이래서 이과생은 안 된다'며 의절당할 뻔했다는 이야기나 어린왕자가 자신의 소행성에서 노을지는 것을 계속 보기 위해 의자를 옮기는 장면을 읽으며 의자를 당겨야 한다는 걸 연상한다는 이야기, 외국 학회에서 한국에 행성 과학자가 몇 명이냐는 질문에 원래 세 명인데 다 지금 여기 학회가 있어서 지금은 한 명도 없다 대답했다는 이야기 등을 읽으며 엄청 웃었다. 과학자의 에세이가 이렇게 재밌을 수 있다니 내게는 기분 좋은 충격이었다.
상상도 못 할 정도로 거대한 우주 안에서 인간은 먼지만도 못한 존재인데, 그 기껏해야 백 년 사는 조그만 먼지들이 밤하늘과 우주를 궁금해해서 우주선을 쏘아올리고 인간을 우주로, 달로 보냈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웅장해지고 어쩐지 뭉클해진다. 심채경 박사님의 글대로 나 또한 그런 사람들을 동경한다. '남들이 보기엔 저게 대체 뭘까 싶은 것에 즐겁게 몰두하는 사람들. 신호가 도달하는 데만 수백 년 걸릴 곳에 하염없이 전파를 흘려보내며 온 우주에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을.
최근 대한민국이 쏘아 올린 누리호를 생각했다. 오직 우리나라의 기술로 가능하다는 게 아직도 신기하고 벅차다. 내가 모르는 동안 수많은 과학자와 기술자, 그 외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었구나. 인류가 다음으로 할 일이 궁금해진다. 뭘 쏘아올릴지, 어디로 가게 될지. 우주에 대해 공부하고 싶어졌다. 남은 수명 동안 내 세계를 확장 시켜야지. 아주 멀리 내다볼 수 있게.
문학동네 독서챌린지 '독파'에서 이 책을 신청했다. 가이드를 제공받으면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책을 읽는다는 감각은 언제나 즐겁다. 또 마음에 드는 책이 생기면 신청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