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들어서는 태양계 안에서보다 바깥에서 행성이 더 자주 발견된다. 지금까지 발견해서 검증도 마친 외계행성이 2020년 기준으로 4300여 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발견한 팀에서 붙인 번호로 관리되고 있지만, 가끔은 공모전이 열린다.
2019년에 두번째 공모전이 열렸다. 이번에는 이름 지을 대상을 나라별로 나누어 투표를 진행했다. 우리나라에 배정된 것은 작은곰자리의 별 '8Umi'와 그 주위를 도는 행성'8Umi b'였다. 우리나라 천문학자들이 보현산 천문대의 1.8미터 망원경으로 발견한 첫번/재 외계행성이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특별한 대상이다. 당신의 지갑 속 만 원권 지폐 뒷면에 나오는 바로 그 망원경이다. 요즘은 지갑에 현금은 없고 신용카드만 있는 경우도 많은데, 우주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만 원짜리 한 장은 가지고 다니도록 하자.
공모 결과 별의 이름은 '백두', 그 주위를 도는 행성 이름은 '한라'로 결정되었다. 우리 민족의 영산을 기리는 의미이기도 하고 통일을 염원하는 뜻이기도 하다. 백두별까지는 빛의 속도로 520년 정도 가야 한다. 그 주위를 도는 행성 한라는 목성보다 약간 더 무거운, 목성과 비슷한 가스형행성이다. 지구에 사는 우리에게 발견될 확률은 명왕성처럼 작은 천체보다 목성처럼 덩치가 큰 행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명왕성처럼 행성인지 아닌지 정체성을 의심받는 일은 한라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우리가 한라를 무엇이라고 부르든 한라는 별로 신경쓰지 않겠지만. (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