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효과는 우리를 현세의 인과로부터 해방시킨다. 죽음으로써 죽음의 경위와 삶은 이력들을 오해 없이 완결해야 한다는 당위에 대한 욕망을 버리게 된다. 오해는 억울함과 부착되어 있다. 그러나 살면서 맞닥뜨리는 모든 오해를 일일이 풀기란 불가능하다. 동일한 상황과 사건은 그에 연루된 상대방의 해석에 의해 너의 또다른 세계에서 다시 태어나기 때문이다. 오해를 풀고 그 자리에 합당한 서사를 기입하고 싶은 욕망은 내가 너의 세계를 통제하고 조절하려는 욕망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