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무려 1998년 1월 7일 1판 30쇄본이다. 그간 여러번의 이사와 책장정리를 무사히 견뎌내고 내 책꽂이에 아직도 이 책이 남아있는 것을 보면 나는 이 책을 많이 아낀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 막상 책의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아 새로운 책을 읽는 기분으로 완독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이 책을 왜 그토록 오래 간직했는지 알 것 같았다.
열두살 이후 성장할 필요가 없던 진희. 결핍을 안고 살아가며 위선과 위악을 필요에 따라 구사하고 열두살에 너무 많이 성장해 버린 진희와 주변의 다양한 인간군상을 보며 결핍덩어리였던 나의 어린시절을 떠올렸겠지. 이제는 그런 어린 나를 마음껏 품어줄 수 있을 만큼 너그러워진 나를 스스로 토닥토닥 위로하였다. 이만하면 잘 컸구나. 하며.
책표지며 편집이 정말 빈티지하다. 가지고 있기를 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