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지대도, 경계 지역도, 가장자리도 없었다. 그나마 위안을 삼을 법한, 대량학살에 대한 진부한 사회학적 어구 따위는 그 무엇도 적용될 수 없었다. 그것은 인간이 스스로를 끝없이 파괴하는 파멸의 연쇄였다. 독일은 유대인을 빨치산으로 몰아 살해했고, 이에 여러 유대인은 빨치산의 일원이 되었다. 이들은 소련 정권을 위해 일하고 있었으며,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앙갚음을 완화시키려던 소련의 정책에 힘을 보태고 있었다. 벨라루스에서 벌어진 빨치산 전쟁은 전쟁의 관행을 무시하고 전선 전후의 충돌을 부채질한 히틀러와 스탈린 두 사람의 비뚤어진 상호작용이 빚어낸 결과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