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시선으로부터,> 독서 시작!
13,
그 지점에서 우윤의 의견은 지수와 갈렸다. 우윤은 할머니가 행복했는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우리가 가진 조각들이 다르네, 할머니가 나눠준 조각들이 다른가보네, 하고 말하고 싶었지만 역시 하지 않았다.
15,
어린 시절 그 그림에 반해 화가에 대해 알아보았다가 누군가의 부인이란 설명이 먼저 오는 것에 아연함을 느꼈었다. 이렇게 대단한 걸 그려도 그보다 중요한 정보는 남성 화가의 배우자란 점인지, 지난 세기 여성들의 마음엔 절벽의 풍경이 하나씩 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최근에 더욱 하게 되었다. 십 년 전 세상을 뜬 할머니를 깨워, 날마다의 모멸감을 어떻게 견뎠느냐고 묻고 싶은 마음이었다. 어떻게 가슴이 터져 죽지 않고 웃으면서 일흔아홉까지 살 수 있었느냐고.
16,
할머니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다른 사람이 아닌 할머니와. 할머니의 죽음은 화수에게 이상했다. 처음 이삼 년은 무척 단단하고 확실히 느껴졌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할머니가 계속되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계속된다는 말은 좀 미묘하지만, 육체의 죽음을 받아들이자 육체가 아닌 부분은 지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여겨졌던 것이다.
17~18,
할머니는 왜 마티아스 마우어가 가학적인 학대자였다고 제대로 말하지 않았을까? 가족들은 알고 있는 사건들에 대해 더 정확히 쓰지 않았을까? 시대가 달라서였나? 요즘이라면 말할 수 있었을까? ... 그 희미한 흉터를. 20세기에 생겨 21세기에 불타 사라진 흉터에 대해, 화수는 자주 오래 생각했다.
... 분노로 겨우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테이블을 손바닥으로 밀며, 한 발을 딛고 또 한 발을 디뎠다. 무릎과 어꺠가 어색하게 움직였지만 무시하고 벽을 짚었다. 숨을 고르고 욕실로 걸었다.
분노를 연료 삼아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비웃어주고 싶었다. 당신들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나와 내 할머니만 알고 있다고 쏘아붙이고 싶었다.
십 분쯤은 활기가 지속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