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의 충격으로 산산조각이 나버리는 거울처럼 조그만 이미지 하나가 파손되면 그것의 파문은 전체로 퍼진다. 지금까지의 모든 이미지가 일시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형렬은 지금까지 이모의 애교 있고 순수하게만 보아왔던 면이 그처럼 어리석고 유치하게 보여진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랄지도 모른다. 청순한 이미지 하나를 잃음으로써 이모의 순수함은 유치함으로 전락되며 진실함은 거머리 같은 아둔함으로 이형렬을 짜증스럽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미운 정'의 깊이까지 가지 못하고 '고운 정'에서 끝나버린 숱한 풋사랑의 파국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