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막 옮긴 뒤, 남편의 배려를 얻어 한동안 연달아 야근을 했다. 다음날, 그 다음날에도 내가 연구실에 늦게까지 남아 있자 당직 근무자분이 보안 점검표에 동그라미를 친 뒤에 내게 좀더 길게 말을 걸어오셨다.
"저녁에 건물을 지키는 것은 제 몫입니다. 여기를 지키고 계시면 제 업무와 겹치잖아요. 박사님은 좀 들어가세요."
"아이고, 네. 조금만 더 있다가 갈게요."
"일이 그렇게 많아요?"
"아니요, 여기가 좋아서요."
백나리
2024.11.12 금직장을 막 옮긴 뒤, 남편의 배려를 얻어 한동안 연달아 야근을 했다. 다음날, 그 다음날에도 내가 연구실에 늦게까지 남아 있자 당직 근무자분이 보안 점검표에 동그라미를 친 뒤에 내게 좀더 길게 말을 걸어오셨다.
"저녁에 건물을 지키는 것은 제 몫입니다. 여기를 지키고 계시면 제 업무와 겹치잖아요. 박사님은 좀 들어가세요."
"아이고, 네. 조금만 더 있다가 갈게요."
"일이 그렇게 많아요?"
"아니요, 여기가 좋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