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모양은 다르다. 초저녁, 조금 전 해가 진 자리에 초승달이 잠시 나타난다. 농구공 하나를 두 손으로 들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그 상태로 서쪽 지평선 방향에 오른손을 가져가보면, 꼭 그런 모양의 초승달이 있다. 그런데 북반구에 한해서 그렇다. 남반구에서는 왼쪽 손이다. 중학교 교과서에서 배운 ‘달의 위상 변화’는 북반구 전용이다. 초승달과 상현달은 오른쪽으로 볼록, 그믐달과 하현달은 왼족으로 볼록하다고 열심히 순서를 외웠건만 만고 불변의 진리가 아니라니. 적도에서 보는 초승달은 어떨까? 배처럼 아래쪽으로 볼록하다. 우리가 보는 세상은 우리가 규정한 것이다. 하늘의 달고 우리가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다르게 보이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