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p
사무실에 돌아와 30분쯤 빈 벽을 바라보았다. 불을 켜지 않아서 어두운 방 안에는 비슷한 속도로 돌아가는 두 개의 행성만이 스크린 위에서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막막한 우주 공간에 두 개의 행성이 나란히 떠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는 아무 위로도 되지 않았다. 다시 한번 그 사실을 깨닫게 되는 밤이었다. 그래도 나는 스크린을 끄지 않았다. 곁눈으로라도 항상 행성을 의식하는 것.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던덩
2024.12.15 금76p
사무실에 돌아와 30분쯤 빈 벽을 바라보았다. 불을 켜지 않아서 어두운 방 안에는 비슷한 속도로 돌아가는 두 개의 행성만이 스크린 위에서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막막한 우주 공간에 두 개의 행성이 나란히 떠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는 아무 위로도 되지 않았다. 다시 한번 그 사실을 깨닫게 되는 밤이었다. 그래도 나는 스크린을 끄지 않았다. 곁눈으로라도 항상 행성을 의식하는 것.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