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저 1호의 마지막 관측대상이 타이탄이었던 것은 아니다. 목표했던 모든 천체를 다 방문한 뒤 정처 없는 길을 떠나면서, 보이저는 고개를 돌려 지구를 바라보았다. 그건 위험한 일이었다. (…) 지구 사진을 찍은 뒤 다시 원래의 자세로 돌아오지 못한다면 보이저를 영영 잃게 되는 것이다. 캐럴린 포코와 칼 세이건이 이 기막힌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했을 때, 미항공우주국의 결정권자들과 보이저 담당 엔지니어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모두를 설득하기까지 7~8년이 흘렀고, 그러는 동안 보이저와 지구 사이의 거리는 점점 벌어졌다. 마침내 보이저의 모든 과학 탐사가 끝난 후에야 고향을 잠시 돌아보는 위험한 응시가 허락되었다. 너무 멀어지기 직전에 건진 사진 속 단 하나의 픽셀에, 지구라는 ‘창백한 푸른 점’이 찍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