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자리를 생각하면 그날의 풍경이 함께 떠오른다. 초여름밤 자연대 옥상의 약간 서늘한 공기, 주변 건물의 조명과 교내의 가로등과 도심에서 오는 불빛 때문에 부옇게 밝은 하늘, 신갈 호수와 매미산 사이로 살짝 떠오른 작고 희미한 돌고래자리, 내 기억력과 시력을 동시에 의심하며 머뭇거리다 마침내 확신을 얻었을 때의 어린애 같은 기쁨. 그렇게 배운 별자리는 잊을 수가 없다.
내가 고요히 머무는 가운데 지구는 휙, 휙, 빠르게 돈다. 한 시간에 15도, 그것은 절대로 멈춰 있지 않은 속도다. 별이 움직이는 것이 느껴져 눈을 휘둥그레 떴던 밤을 기억한다. 밤도 흐르는데, 계절도 흐르겠지. 나도 이렇게 매 순간 살아 움직이며, 인생을 따라 한없이 흘러가겠지. 내가 잠시 멈칫하는 사이에도 밤은 흐르고 계절은 지나간다. 견디기 힘든 삶의 파도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뒤에는 물 아래 납작 엎드려 버티고 버텼던 내 몸을 달래며, 적도의 해변에 앉아 커피 한잔 놓고 눈멀도록 바다만 바라보고 싶다. 한낮의 열기가 다 사위고 나면, 여름밤의 돌고래가 내게 말을 걸어올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우리는 아주 빠르게 나아가는 중이라고. 잠지 멈췄대도, 다 괜찮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