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모비딕>을 읽었다. 소설 속 문학으로 자주 언급되는, 도전욕을 일으키는 그 고전, 두껍기가 말도 못한다는 그 고래 쫓는 미친 선장이야기! 아주 오래전 어린이버전 모비딕을 읽었다. 그래서 내용을 알고 있었는데 뭐가 추가되는 줄거리가 있나 싶었지만 그냥 그게 다였다. 모비 딕이라는 고래를 잡으려다 다리 한쪽을 잃어버린 에이해브 선장의 광기가 주 내용이다. 그런데 왜 굳이 천페이지가 넘는 것을 읽어야 하냐고 묻는다면 선상에서 그들의 맛깔나는 대화속에 진귀한 것이 가득했다. 아포리즘이 곳곳에 나타나 깜짝 놀랜다. 철학적 고찰이 시의적절하게 뙇!!!! / 내가 죽을 때 내 유언 집행인들이, 더 정확히는 내 빚쟁이들이 내 책상에서 어떤 귀중한 원고라도 발견해낸다면, 나는 그 모든 명예와 영광을 포경업에 돌리겠노라고 여기서 미리 말해두는 바이다. 포경선이야말로 나의 예일대학이자 나의 하버드대학이었으므로. 1-221 / 야심찬 젊은이들이여, 이 점을 명심할지어다. 인간의 모든 위대함이란 한낱 질병에 지나지 않음을. 1-159 / 정신이란 영혼과 결탁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에이해브의 경우, 그는 분명 자신의 모든 생각과 상상을 하나의 지고한 목적에 바쳤을 것이며, 그 목적은 그 자체가 지닌 순전히 완고한 의지로 인해 신과 악마에게 맞서며 일종의 독단적이고 독립적인 존재로 변해갔을 것이다. 1-378 / 우리 앞에서 혼이 빠진 고래들의 기이한 모습에 놀랄 필요 없다. 지구상의 동물들이 아무리 바보짓을 벌여도 인간의 광기를 절대 뛰어넘을 수는 없으니 말이다. 2-182 고래의 세포까지 다 헤집어 알려주겠다는 노오오오력이 조끔 진절머리 나지만 멜빌이었으니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싶다. 포경선원 생활을 했던 경험이 그대로 녹아있기도 하고. 더군다나 번역은 ㅠㅠㅠ 황유원 시인님 최고!!! 문장이 살았다. 멜빌의 뉘앙스를 헤치지않는 유려한 번역에 혀를 두를 지경이다. 이 책은 허먼 멜빌 탄생 200주년을 맞아 선보인 새완역본이다. 아직 모비딕에 도전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문학동네 모비딕을 읽어보라고 소문 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