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은 지 이틀이 지났는데 아직도 완독 후기에 남길 말을 정리하지 못했어요. 문장 하나하나가 보석같고, 등장인물들의 생각 행동 손짓 하나에도 집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책에 너무 표시한 문장이 많아서 옮겨 적을 틈도 없었네요. 인물 관계도를 그리면서 읽은 책도 처음이었어요 ㅋㅋ
니콜 크라우스의 다른 책, "위대한 집"을 읽으면서도 느낀거지만, 하나의 (반드시 인간의 수명보다 긴) 사물을 중심에 두고 거기에 얽힌 인물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방식에 있어서는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흔들리고 변화하는 인간의 삶을 물리적으로 견고한 실체를 가진 물건과 대조하면서 풀어내는 이야기가 이렇게 다채로울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중간에 레오 거스키가 변화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힌트같은 문장들이 많았는데, 문장들을 다 적을 순 없지만, 다른 사람만을 위한 인생에서 자신을 우선하는 삶으로 바뀌어 갔다는 것,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사람으로 살았다가, 존재감을 드러내는 일들을 하게 된 것(누드 모델이 된다거나, 외부에서 소란을 피운다거나), 한순간 삶을 영원한 기쁨이라고 여겼다가 한순간 영원한 농담으로 느끼게 된다거나. 하는 것들 하나하나가 와닿았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죽 따라가는 이야기는 언제나 슬픈 결말을 맞이하지라고 생각해 왔었는데 이번에는 기쁨으로 끝맺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책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소설속 "사랑의 역사"의 꼭지들도 좋았습니다. 유리의 시대 94p, 침묵의 시대 110p, 감정의 탄생 165p, 끈의 시대 171p, 천사들의 사랑 283p
끝부분에서 인생에 관한 인상깊었던 문장을 하나 적어둘게요.
"인생에 관해 가장 인상 깊은 점은 그 변화 능력이다. 어느 날 우리는 사람이었는데 다음날 그들은 우리가 개라고 한다. 처음에는 견디기 힘들지만, 한참 지나면 그것을 상실로 여기지 않는 법을 터득한다. 심지어 짜릿한 흥분을 느끼며 깨닫는 때도 있다. 변함없이 유지되는 것들이 아무리 적어도 우리는, 달리 적당한 표현이 없어서 "인간으로 살기"라고 칭하는 노력을 여간해서는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을" - 354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