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일이야?
미간을 찡그리며 내가 물었다.
네가 시간보다 느리게 가길래.
은유는 대답했다.
꼭 저렇게 두리뭉실하게 말해야 하나. 그는 똑 부러지게 말하는 법이 없었다. 발 시린 아이의 눈동자, 불 꺼진 반지하방, 익선동의 새벽 같은 표현을 툭툭 던지는 식이었다. 처음에는 멋스럽게 들렸지만, 시간이 갈수록 땅에서 붕 떠 있는 그의 화법이 듣기 싫었다. 다시 은유를 만난게 반갑지 않았다. 회사일이 톱밥처럼 꽉 들어찬 머릿속이 흐트러지는 건 원치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