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왜 그렇게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았는지 반 쯤 읽다 포기했던 게 무색하게 세 달 만에 다시 펼쳤을 땐 흠뻑 빠져 읽었다. 완독 후의 느낌은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이야기 속 이기적인 아버지와 남편들의 모습부터 격변기를 거쳐 살아낸 여성들의 고된 삶이 감정적으로 나를 힘들게 만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어릴 때 일찍 돌아가신 할머니들과 생전에도 교류가 거의 없었기에 지연과 할머니와의 관계가 부럽기도 했다. 4대에 걸쳐 이어온 모녀 이야기란 점에서 한 사람 분의 역사가 담긴 삶을 살아왔을 나의 엄마의 인생이 궁금해졌고 부모로서의 역할이 아닌 한 명의 사람으로 분리하여 생각하고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 책을 읽기 전과 후의 가장 큰 변화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