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읽었으면 돌려달라는 말, 그 말을 할 때의 경서의 굳은 얼굴과 쭈뼛한 말투 속에서 이제야 나는 깊은 고통과 두려움을 읽어낸다. 그러나 당시의 나는 어어, 놀라는 시늉을 하면서 그거 아직 다 안 읽었는데, 다시 돌려줘야 하는 거였느냐고 물었다. 그때 경서가 할 말을 잃은 듯 나를 망연히 바라보던 얼굴을 생각하면 지금도 뼈가 저릴 듯 부끄럽다. 당시의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사물, 과장된 연기만 하도록 태엽 감긴 無였다.
얼른
2024.11.15 수다 읽었으면 돌려달라는 말, 그 말을 할 때의 경서의 굳은 얼굴과 쭈뼛한 말투 속에서 이제야 나는 깊은 고통과 두려움을 읽어낸다. 그러나 당시의 나는 어어, 놀라는 시늉을 하면서 그거 아직 다 안 읽었는데, 다시 돌려줘야 하는 거였느냐고 물었다. 그때 경서가 할 말을 잃은 듯 나를 망연히 바라보던 얼굴을 생각하면 지금도 뼈가 저릴 듯 부끄럽다. 당시의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사물, 과장된 연기만 하도록 태엽 감긴 無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