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경 장편 <아침을 볼 때마다 당신을 떠올릴 거야>, 심너울 단편 <한 터럭만이라도>를 떠올리면서 읽었어요. 조수경은 안락사가 허용된 우리나라를 상상하고, 심너울은 인공육의 시대, 동물에게 배양용 모세포를 체취하며 '동의'를 받을 수 있는가를 주제로 합니다. <더 인간적인 말>까지, '인간다움'과 '윤리성'에 질문을 던지는 세 소설을 읽으면서 '인간적이다'는 말은 매번 새롭게 정의되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계속 수정되어야 하는 개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모가 말하는 죽음의 이유란 타인을 설득할 만큼의 무게가 있는 어떤 것은 아니었지만(하지만 어떤 것도 죽음의 이유가 되기에 충분치 않아 보이기도 합니다), 생을 더 유지하고 싶지 않다는 결정을 하고, 또 찾을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이고 조용한 방법으로 죽음을 택함으로써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자살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이모를 말리는 엄마의 감정 변화는 가장 익숙한 '인간적임'이었고, 이혼을 결정했으면서도 미루고만 있는 주인공 부부의 모습도 또한 그랬습니다. 다 그들 각자의 나름대로 인간적이었던 것 같아요. 복잡다단한 인간 사회에서 묵직한 '결정'을 목전에 둔 그들에게서 인간적인, 크고 작은 감정으로 고뇌하고 갈등하는 모습들을 이 소설에서 발견할 수 있어 좋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