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이런 변치 않는 성격에도 불구하고, 빌대드 선장에게는 평범한 일관성이 조금 결여되어 있었다. 양심의 가책을 이유로 육지에서 온 침략자들에게 무기를 들고 맞서길 거부했으면서도, 정작 본인은 대서양과 태평양을 끝도 없이 침략했다. 또한 인간의 피를 흘리게 하는 일은 하지 않겠노라 맹세했으면서도, 정작 본인은 일자형 코트를 입고 리바이어던의 피를 몇 통씩이나 끝도 없이 흘려보냈다. 이제 지나온 생을 관조하는 인생의 황혼기에 이른 이 경건한 빌대드가 옛일을 떠올리며 그것들을 어떻데 화해시키는지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그런 문제로 크게 걱정하는 것 같지는 않았는데, 아마도 오래전에 인간의 종교와 이 현실세계는 완전히 별개라는 현명하고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커 보였다. 이 세계는 배당금을 지불한다.